피플 > 아산인 이야기 위대한 도약을 위한 쉼 없는 연구 2017.07.31

위대한 도약을 위한 쉼 없는 연구 - 심장내과 이사민 교수

 

새카만 어둠이 가득한 실내, 모니터만이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다. 평생에 걸쳐 단 1초도 쉬지 않고 쉼 없이
고동치는 심장이 모니터를 가득 채운다. 심장내과의 관문, 심장초음파실의 풍경이다.
꿈틀거리는 심장근육과 열렸다 닫힘을 반복하는 판막, 사람의 얼굴이 각기 다르듯 심장 또한 사람마다 생김이
제각각이다. 하루 200여 명의 환자가 거쳐 가는 이곳에서 단 하나의 심장도 포기하지 않는
심장내과 이사민 교수를 만났다.


심장에 반하다

수많은 의학 분야 중에서도 특히 심장내과는 지난 10~20년 사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했다. 항혈소판제, 지질강하제 등의 치료약제와
심장 초음파, CT, MRI 등의 영상 진단기법, 개복이나 절개 없이 스텐트를 이용한 인터벤션 시술과 같은 치료방법의 발전 덕분이다.
수많은 환자의 데이터와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더 많은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사하는 심장내과를 접하고 가슴 뛰는 설렘을 느꼈다는
이사민 교수. 이 분야가 더 멀리 도약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심장내과를 택했다.

“중요한 시점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예후가 확 달라지는 것이 심장입니다. 환자가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서 건강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우리 과의 매력이죠.”


이 교수에게 심장 초음파실은 새로운 영감과 연구의 자극을 받는 소중한 장소다. 멈춰있는 책이나 텍스트가 아닌 초음파 영상을 통해
꿈틀대는 심장을 보며 매일 새로운 가르침을 얻는다고. 이러한 임상에서의 경험과 자극이 새로운 진단법, 치료법을 위한 연구의
원동력이 되고 있음은 틀림없다.


쉼 없이 움직이는 심장처럼… 기초연구에 매진하는 의사

 

‘대한심장학회 젊은 연구자상’ 수상, 동양인 최초 ‘미국 심장학회 젊은
연구자상’ 수상, 올해 가장 우수한 한 편의 논문에 수여하는 ‘2014 두산
연강 학술상’ 등 젊은 교수임에도 굵직굵직한 상을 받은 이사민 교수.
잠재력이 큰 의과학자로서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만, 동맥경화, 당뇨병 등 성인병으로 일컫는 심장대사질환은 근본적으로
체내 만성염증반응이 그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리지스틴 호르몬’은 혈관에 염증을 불러오고 동맥경화와 비만을
진행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교수가 이 호르몬의 수용체인
‘캡 단백질’의 존재와 역할을 세계최초로 규명해 냈다. ‘캡 단백질’을 억제해
심장질환의 진행을 막는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효과적인 판막질환 치료제를 찾아내기도 했다.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대동맥판막협착증과 같은 퇴행성 판막질환이 급증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효과적인 약물 치료법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 이외에는 치료법이 없죠. 저희 심장질환연구단의 연구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결과
현재 당뇨병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는 DPP-4 억제제를 투여하면 대동맥 판막 석회화가 억제된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아무도 몰랐던 미지의 분야. 이 교수는 작은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얻는 보람이 무엇보다 크다고 말한다.


더 많은 환자의 심장건강을 위해

진료와 연구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기 위한 빽빽한 일정이 고될 때도 있지만 이사민 교수가 환자들을 대하는 기준은
단 한 가지다. 바로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타성에 젖어 이럴 땐 이 수술, 이럴 땐 이 약이 아니라 가족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최선의 치료를 권하면 늘 환자, 의사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퇴행성 판막질환은 상당수가 80세 이상 고령 환자가 많은데요. 고령은 치료가 어렵다는 선입견에 미리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수술적 치료 없이도 판막을 정상화하는 신약을 만들고 싶고요. 나아가 먼 미래에는 인공판막, 인공심장,
다른 사람의 장기이식 없이도 자신의 장기를 스스로 재생해서 정상화할 수 있는 약제들을 개발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환자의 예후, 치료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스스로 그 근거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이 교수. 30년 뒤, 이사민 교수가 바꿔놓을 심장질환의 미래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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