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이 아닌 더 좋은 곳에서 만나요 2024.05.13

간호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힘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 중환자간호팀 이윤아 간호사 -

 

(제작 DALL-E)

 

폐엽절제술을 받은 60대 여자 환자가 내가 근무하고 있는 신경과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중환자실에서는 수술 직후의 환자들에게 기본 간호를 제공하면서 환자 위생을 위해 얼굴과 손, 발을 물수건으로 닦아주기도 한다. 그날도 평소처럼 물수건으로 환자의 몸을 닦아주면서 “어제보다 훨씬 좋아 보이세요~ 이제 일반병동으로 가시면 운동 열심히 하셔야 돼요!” 등의 말을 건넸다. 이 말을 들은 환자는 “난 딸도 없고 무뚝뚝한 아들만 하나 있어요. 간호사님이 딸처럼 자상하게 대해 주시니 정말 힘이 나네요”라며 연신 고맙다고 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계속 칭찬을 해주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저 아니어도 다른 선생님들이 똑같이 해줬을 거예요”라며 어색한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이후에도 환자는 간호를 받을 때마다 고마운 마음을 표했고 중환자실을 떠날 즈음에는 “내일 병원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대접해드려도 될까요? 입원해 있는 동안 너무 잘해주셔서…”라고 말했다. 내 출근시간에 맞춰 카페에서 기다린다고 했다. 그런 환자의 마음은 알지만 “저 그런 거 받으면 큰일나요!”라며 농담 섞인 거절을 했고, 우리가 다시는 병원에서 만날 일 없게 운동 열심히 하시고 얼른 회복하셨으면 좋겠다는 인사의 말을 전했다. 커피는 마시지 않았지만 내 간호에 대한 따뜻한 보상을 받은 것 같아 기쁜 마음이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심장혈관흉부외과 환자를 받았다. 얼굴이 너무나도 익숙해 혹시나 하고 여쭤보니 그때 그 환자가 맞았다. 환자는 그때 물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몸을 닦아준 간호사님을 기억한다며 내 두 손을 꼭 잡았다. 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병원에서 만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어쩌다가 다시 중환자실로 왔는지 속상하기도 했다. 다행히 환자는 일반병동으로 갈 수 있을 만큼 상태가 금방 호전됐고, 떠나기 전 내게 작별인사를 했다. “응급실에 왔을 때는 걱정이 많이 됐는데 중환자실에 와서 간호사님 얼굴을 보니 마음을 놓을 수 있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저번에 커피 대접을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직접 짠 참기름이라도 드리고 싶으니 내일 찾아 올게요”라고 말했다. 어떻게든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는 환자의 마음에 감동했고 나도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간호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힘이 되었다니 저도 기뻐요. 이번에도 마음만 받을 테니 다음에는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이 아닌 더 좋은 곳에서 만나요!”


이 환자를 만나면서 나에게는 매일 똑같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간호 행위가 환자들에게는 매번 새롭고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환자에게 병원은 낯설고 두려운 공간이기 때문에 내 작은 관심이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마음 속에 새기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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