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자원봉사자 에세이] 어느새 저의 중요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2024.06.12

어느새 저의 중요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이사랑 자원봉사자

 

 

▲ 16년째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사랑 서울아산병원 자원봉사자

 

 

“서울아산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해보면 어때?”

 

처음에는 자의가 아니었다. 근 30년간 살았던 지역을 떠나 강동구로 이사온 후, 아는 사람도 한 명 없는 곳이라 낯설고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남편이 권유한 것이었다. 심지어 봉사활동 신청도 남편이 직접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에서 신청해 주었다. 그렇게 반은 남편에게 떠밀려 2008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어느새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다.

 

 

▲ 이사랑 자원봉사자는 강동구립 시니어합창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환자, 보호자들을 위한 작은 봉사의 시간

가장 처음 담당했던 봉사활동은 환자와 보호자, 방문객을 위한 서울아산병원 로비 음악회의 사회자 역할이었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터라 가장 친숙한 분야이기도 해서 반가운 마음으로 담당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에 서관과 신관 로비에서 음악회가 열렸는데, 나는 청중들에게 연주자와 작곡가, 연주할 곡에 대해 설명하는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외부에서 전문 연주자를 초청하다가 나중에는 병원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거나 의료진의 가족들이 재능기부를 하기도 했다. 음악회는 영화 OST, 뉴에이지 피아노곡, 가곡과 가요 등 친숙하면서도 잔잔하고 따뜻한 곡들로 채워졌다. 마지막 곡은 참석한 모든 분들과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며 마무리하곤 했다. 물론 나도 같이 노래를 불렀다. 아름다운 선율은 아픔을 잠시 잊게 해주기 마련이다. 음악회 시간만큼은 환자들도 조금은 아픔에서 벗어나 치유되는 것 같아서 참 기뻤다.

 

그 다음에는 웃음치료교실에서 봉사를 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고 웃으니까 행복해진다’는 강사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강사님을 따라서 큰 소리로 웃는 연습도 하고 같이 박수도 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웃음 치료가 끝나면 참여한 분들의 얼굴 표정이 좋아지고 혈색도 확실하게 달라지는 것을 보고 웃음이 주는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병원 내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할 때는 책이 주는 위로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주로 반납된 도서들을 소독해서 서가에 정리하고, 컴퓨터에 기록하는 일을 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책은 단연 만화책이었고, 주로 여러 권으로 이뤄진 시리즈물들이 인기가 있었다. 환자는 물론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 지인들에게 병원에 머무르는 시간은 유난히 길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재미에 푹 빠져서 그 시간이 조금이라도 빨리 흐를 수 있기를 마음 속 깊이 바라며 봉사를 했다.

 

 

▲ 이사랑 자원봉사자가 환자의 접수를 도와주고 있다.

 

 

봉사와 함께한 나의 행복한 금요일

16년의 봉사활동 동안 딱 몇 달을 쉬었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 14년 차가 되던 2022년 말에 갑자기 바빠지면서 일주일에 한 번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50대 중반에 시작해서 이제 70대가 되었으니 그만둘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쉬는게 쉬는 것이 아니었다. 내 생각보다도 서울아산병원에서 하는 봉사활동이 내게 너무나 중요한 의미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금요일 오후 봉사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지어지던 입가의 미소, 한 주를 잘 마무리한 것 같다는 마음. 이런 순간이 무엇보다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것이 쌓여서 행복이 된다는 것도. 그래서 주저 없이 다시 봉사를 시작했다. 지금은 건강만 허락한다면 계속 봉사를 하고 싶다. 자원봉사에 관심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시작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거기에서 반드시 보람, 그리고 행복을 느끼게 되실것이라고….

 

마지막으로, 5년 전 하늘나라로 간 남편에게 서울아산병원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권유해줘서 고마웠다고, 지금까지 변함없이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남편도 분명히 잘 하고 있다며 칭찬을 해줄 것 같다.

 

(이사랑 서울아산병원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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